고리원전 1호기 전경. 국제신문DB |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의 정상 건립을 좌우할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이 두 번의 도전 끝에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원해연은 지난해 3월 예타(1차) 탈락 사태를 딛고 올해 하반기 첫삽을 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업 예산이 예타 통과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것으로 알려져 원해연의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이날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의 예타 통과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11월 연구개발(R&D) 분야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7개월 만이다.
이 사업은 국내 원전해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관련 기술 상용화와 고부가가치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원해연 건물에 들어가는 기자재 고도화’도 주요 목적 중 하나여서, 그간 이 사업의 예타 통과 여부는 정상적인 원해연 건립을 좌우할 핵심 열쇠로 인식돼 왔다.
이번 예타는 사실 두 번째로 진행된 것이다. 2020년 시작된 1차 예타가 지난해 3월 ‘탈락’으로 나온 이후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9월 예타(2차)를 재신청했고 그 결과가 이날 ‘통과’로 나온 것이다.
이로써 산업부와 시 등은 그동안 지체됐던 원해연 건립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접경지역에 지어지는 원해연은 ▷연구동(3600㎡) ▷사무동(3789㎡) ▷원자로 모형(Mock-up) 시험동(4500㎡) ▷방사화학 분석동(2700㎡) ▷실증 시험동(5200㎡) 등 5개 동으로 나뉜다.
이번 예타 통과에 따라 원해연 건립 공사는 오는 10월 연구동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선 관리 시설에 속하는 방사화학 분석동과 실증 시험동은 내년 2월에 착공할 전망이다.
하지만 원해연이 건립돼도 기능이나 역할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예타를 거치면서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의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기 때문이다. 2020년 1차 예타가 시작될 당시 이 사업의 예산은 8712억 원이었다. 하지만 예타 탈락 이후 지난해 9월 산업부 등이 재신청할 당시 예산은 5666억 원으로 줄었다. 예산을 줄여야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더 낮춰서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2차 예타에서 KISTEP은 5666억 원 중 2000억 원가량을 더 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삭감 이유나 정확한 삭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초 설정한 예산(8712억 원)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이에 따라 원해연이 사실상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과 맞물려 원해연의 역할이 고리원전 1호기 해체에만 한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