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해 진행한 부산지역 주민공청회가 주민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25일 오후 2시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공청회’가 열린 부산상공회의소 대강당.
부산지역 환경단체 회원들이 ‘부실하고 일방적인 졸속 공청회 중단하라’라고 적힌 노란색 현수막을 펼쳐 들고 단상에 올라섰다.
단상 아래에 일렬로 앉아 같은 내용의 손팻말을 펼쳐 든 회원들과 부산지역 주민들은 “형식적인 공청회 즉각 취소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마이크 없이 한수원의 공청회 개최에 반대하는 이유를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공청회를 하려면 부산지역 구마다 진행해야지, 왜 여러 구를 모아 단 3번 만에 끝내려고 하나”라며 “해치우고 보자는 한수원의 공청회에 동의할 수 없고, 한수원 홍보의 장에 부산시민이 들러리 설 수 없다”고 외쳤다.
또 다른 주민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공람한 주민 비율이 0.02%에 불과한 실정인데 도대체 누구와 무슨 공청회를 개최하려 하나”라며 “부산시민들은 오늘 여기서 공청회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발언이 1시간 넘게 이어진 가운데, 객석에서 일부 주민이 단상을 향해 고리2호기 계속 운전에 찬성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객석 맨 앞자리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수원 관계자들은 오후 3시쯤 공청회 무산을 선언하고 자리를 떠났다.
마이크를 든 한수원 관계자가 “공청회 중단은 사업자(한수원)의 귀책사유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발언하자, 환경단체 회원들이 극렬히 반발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는 한수원이 고리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람한 부산 동래구·연제구·북구·부산진구·동구 주민을 상대로 마련했다.
한수원은 지난 23일 울산 울주군에서도 같은 내용의 공청회를 진행하려다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개최하지 못했다.
부산지역도 공청회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이어져 온 만큼, 이날 공청회 역시 파행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한수원은 예정대로 공청회를 진행했다.
한수원은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로 공청회가 무산됐다며 예정대로 공청회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청회가 2차례에 걸쳐 정상 진행되지 않으면 사업자(한수원)는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오후 2시 공청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정오부터 지역 환경단체가 단상을 점거하며 개최를 저지했다”며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공청회를 종료했으며, 5개 구 주민을 상대로 한 2차 공청회는 향후 지자체와 협의해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청회는 28일 울산상공회의소 대강당(울산 중구·남구·동구·북구·양산), 30일 고리스포츠문화센터 멀티공연장(부산 기장군), 다음 달 2일 그랜드모먼트 유스호스텔 대강당(부산 해운대구·금정구·수영구·남구)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